월급쟁이 근로소득세 논쟁거리➃
높아진 근로소득세 개편 여론
유리지갑 터는 브래킷 크리프
대안으로 떠오른 물가연동제
OECD 22개국 이미 도입해
관련법 줄줄이 발의했지만…2025년 근로소득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러자 직장인들 사이에선 정부가 유리지갑만 털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세 체계를 이젠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 많고 탈 많은 근로소득세의 과세 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세계 각국에선 '물가연동제'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느냐 입니다.
임금 수준이 상승한 건 사실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상용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은 420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407만9000원)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나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2024년 357만3000원에서 360만6000원으로 3만3000원(0.9%)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기간 직장인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는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25년 근로소득세는 68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2024년 61조원과 비교해 12.1% 증가한 수치로, 최대치를 또 경신했습니다. 직장인이 버는 실질소득은 1%도 늘지 않았는데 부담하는 세금은 12% 넘게 증가했다는 겁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최근 5년(2020~2025년)간 근로자의 임금은 연평균 3.3% 증가할 때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 늘어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월급은 오르지 않았는데 세금만 더 뜯어간다"는 푸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15년 27조1000억원이던 근로소득세는 2020년 40조9000억으로 40조원대를 돌파했고, 2024년(61조원) 60조원대를 넘어섰습니다. 2015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152.4% 늘어난 겁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총국세 수입 증가율 73.3%를 두배 이상 웃도는 규모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크게 인상한 탓일까요? 아닙니다. 정부는 근로소득세율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2008년 마련한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기준은 사실상 18년째 그대로입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선 과세표준 구간을 소폭 조정해 사실상 감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직장인이 체감하는 근로소득세 부담은 왜 크게 늘어난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은 근로소득세 과세 방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연 5000만원(과세표준 기준)을 받던 직장인 황주영씨의 소득이 5500만원으로 10%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시죠. 소득이 늘면서 적용받는 근로소득세율은 15%(과세표준 1400만~5000만원)에서 24%(과세표준 5000만~8800만원)로 9%포인트 상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도 같은 기간 10%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질소득 상승률은 사실상 제로가 되지만, 명목임금이 늘었다는 이유로 근로소득세 부담은 커집니다.
과세표준 구간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세금은 증가합니다. 15%의 근로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직장인의 소득(과세표준)이 4000만원에서 4400만원으로 늘어나면 납부하는 소득세(과세표준×기본세율)는 474만원에서 534만원으로 60만원 증가합니다. 한푼이 아쉬운 직장인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죠.
■ 물가연동제는 대안일까 = 그러자 시장 안팎에선 유리지갑만 터는 근로소득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용한 증세'를 막아 직장인의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입니다.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물가상승률만 큼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액 등을 높여 실질 적인 세부담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국내에 선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해외에선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이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조세재정연구원). 프랑스는 1969년부터 물가연동제를 실시했고, 캐나다(1973년), 영국(1977년), 미국 (1981년)은 일찌감치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 과세표준 구간을 높여주는 겁니다. 물가가 10% 올랐다면 과세표준 구간도 10%씩 상향하는 거죠. 이런 경우 사례로 언급했던 주영씨처럼 임금이 올라도 낮은 근로소득세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과세표준 구간도 기존 1400만~5000만원에서 1540만~5500만원으로 10%씩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발의됐습니다. 2024년 8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시작이었죠. 근로소득세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인 2월 27일에는 국민의힘에서도 관련법을 발의했습니다.[※참고: 종합소득세까지 범위를 넓히면 5건의 소득세 물가연동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문제는 근로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 할 때 숙고해야 할 점들이 숱하단 점입니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월급쟁이 근로소득세 논쟁거리' 5편에서 이어나가겠습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